
🐟 평양 어죽국밥 – 대동강 물고기의 서사
평양 사람들의 밥상에는 늘 강이 있었다. 대동강은 단순한 강이 아니라 도시의 젖줄이자 삶의 원천이었다. 그 물길에서 건져 올린 잉어, 붕어, 메기 같은 민물고기들은 평양의 국밥을 만들었다.
Thank you for reading this post, don't forget to subscribe!1. 물고기의 희생과 생명력
대동강에서 잡은 물고기를 삶아 살과 뼈째 고운 채, 진한 국물로 우려낸 뒤 밥을 말아내면 그것이 곧 어죽국밥이다. 고기 한 마리의 희생이 국물 속에서 풀어져, 수십 명의 배를 채우는 공유의 음식이 되었다.
2. 도시의 향취와 어울림
평양 장터 골목마다 늘 피어오르던 흰 김 속에는 민물 특유의 흙내음과 생명의 향기가 섞여 있었다. 남쪽의 사골 향과는 달리, 북녘의 어죽은 물비린내와 함께 삶의 진솔함이 배어 있었다. 그것은 평양이 가진 도시적 세련됨과 농촌적 순박함이 교차하는 풍경이었다.
3. 계절의 음식
봄철엔 잉어, 여름엔 붕어, 가을엔 메기. 계절마다 다른 물고기가 그릇 위에 올랐다. 이는 곧 자연과 동행하는 식문화였다. 겨울에도 얼음 밑에서 건져 올린 물고기로 어죽을 끓여내면, 그 뜨거운 국밥은 혹한을 견디는 힘이 되었다.
4. 국밥의 정치학
평양 어죽국밥은 귀족의 음식도, 전쟁터의 군량미도 아니었다. 그것은 민중의 국밥이었다. 장마당의 상인, 강변의 일꾼,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까지 모두가 함께 나누던 음식이었다. 한 숟가락마다 강물의 생명과 평양 사람들의 인내가 담겨 있었다.